파르지팔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



제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이 곡을 입문하려고 하셨습니다.. 그중 몇 분은 이 곡의 진정한 감동을 찾으시고 계속 들으시는 반면, 많은 분들은 그 동안 공들인 노력에 보람도 없이 중도 포기하시고 말 았습니다. 비록 제 자신이 아직 확실하게 음악에 대하여 이렇다고 이야기 할 입 장은 아니지만, 이 곡을 입문하시는데 필요한 요소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여,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이 곡을 들을 수 있으 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 곡의 특징 몇 가지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다른 곡들과는 달리 접근하기가 쉬운 곡이라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바그너의 다른 곡을 들어보신 분들은 금방 이해를 하시겠지만, 이탈 리아 오페라 계통으로만 들으신 분들은 바그너 오페라의 생소함이 먼 저 다가옵니다. 일반 오페라 특히 이탈리아의 오페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오케스트라 간주... 그렇게 구분되어 장면 장면, 또 노래와 노래가 각각의 것처럼 분리될 수 있고 특히 아리아에서는 그에 부여된 음악적 독립성으로 오페라감 상시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하여 전체적으로 큰 부담없이 접할 수 있 으나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포함한 악극은 무한선율이라고 이야기되 는 특징적인 기법으로 1막에서 시작한 곡의 흐름은 그 막이나 끝날 때까지 중간에 장면이 바뀌더라도 음악은 쉼 없이, 끊임없이 연속되 므로 처음 바그너의 악극을 접하시는 분들은 그 호흡적 특이함과 연 속되는 긴장에 의한 지루함이 큰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무한선율의 특징을 이해하시고 접근을 하시는 것이 우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해만으로는 첫 대면에서의 지루함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 곡에 익숙해 질 때까지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적절히 중간 중간에 귀에 잘 들어오는 곡을 선 택하시어 적당한 긴장과 이완을 통하여 조금씩 감상의 강도를 높여 간다면 금방 전체를 이해하게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또 다른 점으로 4시간이 넘게 공연되는 연주시간도 역시 만만하게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곡의 전편에 걸쳐 거의 반에 가까운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구르네만츠의 역할은 거의 곡의 해설자 - 즉 나레이터 의 모습으로 배경이나 장면등을 노래로서 설명을 합니다. 특히 혼자 서 길게 해설하는 장면에서는 그 지루함이 극에 달합니다. 2막에서 는 쿤드리가 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 점 역시 처음에는 앞으로 제가 추천할 중간 중간의 장면을 우선하 여 들으시면서 조금씩 접근하시면 훨씬 그 지루한 느낌이 줄어들 것 으로 생각됩니다. 또 하나 독일 오페라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강한 톤과 억양으로 노 래하는 헬덴 테너와 주선율을 맡고 있는 굵은 저음들의 강한 소리들, 그리고 역시 거친 소프라노들. 이것 또한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께는 부담이 되는 소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또한 이 곡은 바그너의 다른 곡, 즉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 지등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미치도록 몰입을 하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 은 성분이 있어서 한번 빠지면, 정말 헤어나지 못하게끔 하는, 처음 듣는 분께는 조금 이해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 지만, 역으로 이 곡은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충분히 그 맛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맛을 느끼려고 하기에는 너무나 지루한 단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지루하다고 하는 음악을 왜 들으려 하는가... 이렇게 질문하신다면, 글쎄요... 다른 음악과 비교한다는 것은 이상 하겠지만 또 그리고 큰 감동을 받으면서 감상한 음악이 이것만이 아 니었지만 그래도 가장 우선적으로 이 음악을 추천할 수 있는 것은 그 큰 에너지와 그것을 승화하는 예술적 감동, 그리고 나의 깊은 곳에 있는 심장으로 큰 폭풍처럼 다가오는 파동.... 그리고 나를 지배하려 고 다가오는 큰 그 무엇.... 정말 표현한다는 것이 이것을 설명하면서 무척 힘들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신앙을 이야기 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신앙(믿음)은 이해하여서 얻지 못한다. 믿음으로써 그것을 얻을 뿐 이다. 다시 말하면 믿지 못한 사람에게 아무리 그 세계를 이해시키 려 해도 설명되지 않는 것이며, 어느 순간 믿기 시작하면, 그 동안 아무리 설명하여도 보이지 않던 세계가 한 순간에 나타나는 것처럼 그런 찰나적 깨달음 즉 해탈" 을 이 음악을 설명하면서 떠올리게 됩 니다. 그러면, 이 곡을 듣기 위하여 준비하여야 할 사항과 순서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곡이나 마찬가지로 감상을 위한 정도나 왕 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정상을 올라가 기 위한 수많은 코스중의 하나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곡을 잘 아시는 분들께서 혹 다르게 접근을 하셨 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처음부터 듣기 시작하여 그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중도에서 그만 두시는 분들을 몇 분 보아왔기 에 나름대로 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저의 목적은 이 곡을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감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준비사항 : 1. 이 곡의 배경이나 줄거리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 도움책자. 그러나 제 글을 계속 보신 분이라면 제 글 내용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2. 전곡이 수록된 음반. 음반의 선택 역시 앞으로 쓸 제 글 중 음 반 관련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3. 라이트 모티브의 악보와 해설. 4. Libretto(대본). 독일어와 영어로 된 대본은 음반을 구하시면 내용이 있습니다. 또한 LP로 나온 국내 라이센스 음반에서 한 글 대본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약간 다르지만 자료차원에서 제 글의 시리즈 마지막에 대본을 올리겠습니다. 5. 전곡 악보 이 악보는 처음에는 필요 없습니다만, 곡을 듣다보면 저절로 구 하게 됩니다. 피아노 곡으로 편곡된 악보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악보전문점에 가면 도버판 풀 스코어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습 니다. 기타 참고사항 6. 영상물. LD와 비디오로 나온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이 음악은 그 근본이 무대위의 드라마입니다. 음악과 영상이 합하여지므로 총체예술의 결과물로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따 라서 영상물은 구하는 대로 보면 좋습니다. 다만 영상을 보게되면 그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게 되기 쉬워 상상의 제한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러나 줄거리와 전체를 빨리 이해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기는 합니다. 7. 바그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들. 제 글의 시리즈 마지막에 참고 자료들을 올리겠습니다. 이것은 현재로선 별로 필요하지 않으실 겁니다.
무와산방에서 추천하는 파르자팔의 입문 순서. 1. 먼저 1막 전(前)의 전주곡을 들으십시오. 약 13분 정도 연주되는 곡 이므로 많은 부담은 없습니다. 그리고 스케일이 크고 아름다운 곡입 니다. 특히 중간부분에 나오는 트렘펫으로 강하게 연주되는 신앙의 동기는 오래 전 70년대에 MBC에서 뉴스 시그널로 나온 유명한 부분입니다. 나이가 30대이상 이신 분들은 들으시면 금방 귀에 익은 멜로디를 접 할 수 있습니다. 이 전주곡을 많이 들으십시오. 흘려듣지 마시고, 기억에 남도록 들 으십시오. 2. 1막의 1장 부분은 건너뛰십시오. 무척이나 지루한 부분이 많습니다. 2장으로 가서 독창부분은 건너뛰시고 합창이 나오는 부분을 녹음테이 프에 녹음하셔서 합창부분만을 귀에 익도록 들으십시오. 주로 성배수호기사들이 행렬하면서 부르는 합창으로 남성 합창의 진 수를 느낄 수 있고, 매우 힘차고 단순하고 리드미컬한 곡들로서, 몇 번 듣지 않아서, 콧노래로 따라 부를 수 있으며 합창을 들으면 손으 로 바닥을 두드르며 장단을 맞추고 싶어집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충분한 감상이 됩니다. 3. 2막은 건너뛰십시오. 2막 역시 아름다운 곡들이 많지만, 처음엔 약 간의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한번 들어보시고 괜찮다고 생각되 시면 들으셔도 됩니다만, 그것은 개인마다 기호가 다르기 때문인데, 개인적이 취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왕 제가 쓴 글을 보 셨으니 제가 추천하는 방법으로 하시기를 바랍니다. 3막으로 가셔서 시간상으로 약 40%정도에서 시작하는 성(聖)금요일의 음악(Good Friday Music)을 들으십시오 딱히 구분하여 여기부터 Good Friday Music이라고 표기된 것은 없습 니다만 파르지팔이 구르네만츠로 부터 세례를 받고 다시 쿤드리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이 있는 곳입니다. 이 Good Friday Music은 이 악극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음악으로 특히 오보로 연주되는 숲의 동기는, 이 곡을 듣는 이에게 절로 흘러 나오는 눈물을 경험하게 합니다. 바그너의 관현악 수법은 관현악이 성악의 반주로서만 그치게 하지 않 습니다. 성악은 관현악의 한 악기와 마찬가지로 전체 음악의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Good Friday Music은 성악부분 을 제외하고 별도로 관현악만으로 연주되어 나온 음반도 많이 있습니 다. 먼저 이 관현악만을 들으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세대 전의 대 지휘자인 토스카니니나 푸르트뱅글러 등도 이 Good Friday Music을 즐겨 연주하였고 음반도 여러 장 나와 있습니다. 다 만 당시의 녹음 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에 보다 깨끗한 녹음으로 연주 한 최근의 음반들도 출반되어 있으므로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십시 요. 관현악곡으로 들어보시고, 성악이 있는 원본을 다시 들으시며 구분하 여 보십시오. 4. 3막의 2장 부분의 합창과 그리고 마지막 부분을 들으십시오. 기사들이 죽은 왕 티투렐의 관을 메고 슬프게 합창하는 부분이 정말 좋습니다. 그 부분부터 마지막까지는 이 음악의 클라이막스입니다. 곡이 다 끝 나가고 아름다운 소년들의 합창이나, 마지막에 나오는 하프의 소리는 정말 천상의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지막 부분을 다 들으시고 나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실 수 있으며, 정말 몸과 마음으로 함께 감상하여야 하 는 음악이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반복하여 귀에 익을 때까지 들으십시오. 지루한 요소는 하 나도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거의 다른 작은 오페라의 연주시간에 해당하는 100분 가량이 될 것입니다. 5. 이제부터는 감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조금 더 공부하셔야 합니다. 우선 앞의 준비물에서 제시되었던 라이트 모티프의 악보와 이에 관한 곡의 반영부분, 그리고 해설들을 정독하여 읽으십시오. 그리고 피아 노를 연주하실 줄 안다면, 이 라이트 모티브 부분을 연주 해 보세요. 단순한 멜로디가 전부이므로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연주를 직 접 하실 수 없다면 도움을 구하십시오. 아직은 약 30가지에 해당하는 라이트 모티브를 전부 알 필요는 없습 니다. 라이트 모티브를 연주하다 보면 지금까지 들은 부분 중에 귀 에 익은 멜로디들이 나옵니다. 하나 하나 체크를 하셔서 내 것으로 만드십시오. 라이트 모티브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으면, 앞의 4가지 음악을 다시 들으십시오. 그러면, 지금까지 들었던 음악과 또 다른, 라이트 모티 브가 하나씩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물론 처음부터 다 알 수는 없습니다. 또한 다 몰라도 괜찮습니다. 6. 이제는 내용을 파악하셔야 합니다. 가수가 노래는 하고 있지만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또한 극중의 분위기가 어떤지, 작곡자가 그 부 분에서 어떤 표현을 썼는지 등을 알면 더욱 음악의 이해가 깊어집니 다. 물론 가사를 모르고 음악만을 고집하셔도 됩니다만 오페라의 특 성상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성악곡은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악보를 보셔도 됩니다만, 그냥 한글 대본을 보시고, 성악부분은 독일 어 발음을 따라가며 내용을 이해하십시오. 이제 눈을 감고 음악을 들어도 아~ 지금 무슨 내용을 노래하는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7. 여기까지 오셨으면, 이제 파르지팔에 대하여 80-90% 정도로 깊이 들 어 오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별도로 순서를 제시하기가 좀 곤란 합니다. 일단 전곡에 도전하십시오.. 지루한 곡이 나오면 몸을 이완시키시고, 앞에서 듣던 귀에 익은 곡이 나오면 따라 부르면서 전곡을 들으면 연속하여 전곡을 충분히 들을 수 있습니다. 8. 이제부터는 각자의 능력이나 취향에 따라 듣게됩니다. 음악을 전공 하셨거나, 악보를 많이 보신 분들은 악보를 보면서 들으시기를 권합 니다. 물론 악보 없이도 전곡을 감상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악보를 보면서 바그너가 특이하게 쓴 악기들의 편성도 함께 파악 할 수가 있으며, 더 깊은 음악적 연구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이 들으시고, 진정으로 이 곡을 사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