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배와 전설


1. Prologue

몇 년 전에 스필버그가 만든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에서 성배(聖杯)
를 찾으러 나서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많은 잔(盞)중에서 진품 성배를 구별하여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모
습은 내게 상당히 인상 깊게 각인되어 있다.  

성배에 관한 이야기의 원류는 켈트족(*)의 중세전설에서 나온다.
켈트족의 전설(傳說),  그 중에서도 아서 왕(King Arthur)에 관한 이
야기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배에 관한 것이다.  아서 왕에  관
한 전설은 상당히 많다.  원탁의 기사(騎士)들이 정의를 수호하기 위
하여 투쟁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우리들은 영화나 소설에서 부
분적으로 그 로맨스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그 이야기 중 거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성배에 관한 이야기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을뿐더
러 앞에 나오는 아서 왕의 다른 이야기들에서의 - 즉 원탁의 기사 등
의 이야기 - 세속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다른 이야기와는 상당히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註) 켈트족[Kelt,Celt]:아리안[Aryan]族의 한 分派, 아일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고지등에 분포 

6세기에 실제로 존재하였던 아서왕에 관한 이야기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져  떠돌거나  로맨스 작가(**)들에게 각색되어 많은 사람들에
게 전파되었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볼 때에는 상당히 세속적이었다.  
11세기 이후 당시 가장 금욕적이고 엄격한 규율로 생활하고 헌신하던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시토 수도회(修道會)에서 이 로맨스 중 성배에
관한 이야기를 보강하여 보다 기독교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註) 기사들의 이야기를 로맨스라고 하며  그 이야기를 쓰거나 
          각색한 사람을 로맨스작가라고 이야기한다.

아서왕의 다른 이야기보다도 특히 성배에 관한 이야기는 종교적인 색
채가 짙다.  같은 기사들이 등장하여 모험을 하여도 성배의 이야기에
서는 엄격한 신앙과 그에 대한 실천을 바탕으로 한 행동으로  성배의
탐색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인 풍의 서술은 아마도
시토 수도회에서 간여한 줄거리가 그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독일어 판으로 번역, 각색된 볼프람 폰 에센바흐(Wolfram von
Eschenbach)의 [파르치발, Parzival]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거의 받아
들이고는 있지만 이것을 다시 각색한 바그너의 [파르지팔, Parsifal]
에서는 이러한 종교적 색채는 많이 퇴색하였다.  또한 당시 기사들의
상징인 정의구현과 편력에 더하여 신앙의 척도에 따라 성배를 탐색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상(思想)의 이야기는 그후 많은 이야기꾼들에 의
하여 변형이 되고 각색이 되었다. 

전설에 나오는 성배의 이야기와 바그너의 작품에 나오는 성배의 이야
기는 그 내용에 있어서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그 이야기
를 꾸민 작가의 사상과 당시의 세습풍속등에 따라 상이하게 된것으로
생각되지만 바그너의 대본은 그의 사상이 가미된 주관적이 점이 너무
많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인이  아직 이와 관련된 전설에 대하여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였음을 시인하며 앞으로 기술(記述) 하려하는 
내용에 일부 오류(誤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서왕 시대의 전설에는 없어진 성배를 찾기 위하여 위대한 기사들의
편력에 관한 이야기가 주류(主流)이지만  바그너의 [파르지팔]에서는
성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자리에 있다.  대신에 잃어버린 성창
을 찾아오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또한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는 많
은 부분이 신앙(信仰)과  종교를 강조하고 있으나 바그너의 작품에서
는 완전히 종교적인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
여서는 다른 글에서 별도로 언급하겠다.

성배의 전설에는 여러 가지의 고대원전들이 있으나 대개 비슷한 원류
(原流)를 갖고 있으므로 종합하여 간략하게 간추려 보겠다.  이 이야
기들은 오늘날의 소설처럼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
라  여러 작가의 여러 작품에서 언급되어 있으므로  같은 이야기라도
전혀 다르게 되어 있기도 하여 전체를 한 줄거리로 만들다 보면 여러
가지 상충되는 점도 생길 수 있다.  

아울러 본인이 여기에 쓴 글은 어떠한 한 종류의 책자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의 자료를 토대로 본인이 스스로 엮은 것
이므로 일부 오류(誤謬)가 있을 수 있음을 먼저 명기해 두고 싶다.
물론 부분적인 인용에서는 자료나 책에 있는 문구를 똑 같이 할 수밖
에 없었음을 양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