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배와 전설


8. 성배를 찾아서

(1) 멀린의 예고(豫告)

아서 왕의 부왕인 유더왕, 그리고 그의 전왕(前王)인 유더의 형 팬드
래곤왕.  이렇게 삼대에 걸쳐  왕들의 총애를 받던  신하이자 군사인
지혜로운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멀린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사람이 아닌 정령(精靈)이었고  어머니는 정결한 여인
이었다.  멀린은 태어나자 바로 사제에게 맡겨졌고 사제는 곧 세례를
베풀어 멀린이 그의 아버지와  같이되는 운명을  막았다.   그리하여
멀린은 인간이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아버지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멀린은 팬드래곤왕, 유더왕, 그리고 아서 왕  삼대에 걸쳐 총애를 받
았고 또 지혜로운 고문으로 군주를 위하여 봉사하였다.  멀린은 요술
과 마법에도 능했으므로 왕들  앞에서 가끔 즐거운  요술을 부리기도
했다.  나중에 멀린은 사라져버려서 아무도 그를 볼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연인이었던 호수의 요정 비비안(Viviane)에 의하여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비비안은 멀린에게서 마술을  배워서 거꾸로 그를
가두어 두고 그녀만이 그를 만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서 왕의 충실한 신하인  가웨인(Gawain)경이 마법에 걸려  숲 속을
헤메다가 우연히 멀린의 한숨소리를 듣게  되어서 그와 이야기하였는
데 그때 멀린은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그대는 이제 영원히 나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비비안 말고는 그 누
구와도 이야기 할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가서 아서
왕에게 전하시오.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성배(聖杯)(Sacred Gral)을
찾으라고 하시오.  성배를 찾을  운명을 가지 기사가  이미 왕에게서
기사의 작위를 받았습니다."

성배가 사라진 이후 이렇게 성배의 탐색을 멀린이 예고하고 있다.


(2) 퍼시벌의 성배예견(聖杯豫見)

어느 날 퍼시벌이 기사편력 여행을 하고 있을 때, 아름다운 성(城)이
있는 호숫가에서 백발  노인이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백발노인이 성으로 들어가고, 퍼시벌도 따라서  들어간다.  그곳에서
퍼시벌은 성배와 피 흘리는 성창을 보게 된다.  다만, 스스로에 의해
서인지 아니면 백발노인, 즉  어부의 왕의 요구에  의하여 그랬는지,
여러 판에서 각각 다르게 전해지므로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퍼시벌은 그 광경을 보고  아무 것도 물어보지도 못했다
는 것이다.


(3) 갤러헤드의 등장

성신강림(聖神降臨) 대축일(大祝日) 전날 오후에  랜슬롯은 갤러헤드
라는 젊은이에게 기사의 작위를 수여하였다.   갤러헤드는 그의 아들
이었지만 기사의 작위를 줄 때는 랜슬롯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얼마 후 아서 왕은 원탁의 기사들과 함께 원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
는데, 갑자기 흰옷을 입은 노인과  비무장의 기사가 그곳으로 들어왔
다.  노인은 이 기사가 모두들이 기다리는 기사라고 이야기하고 원탁
의 빈자리, 즉 그 위험한 자리에 앉도록 하였다. 좌석을 가리던 비단
보를 걷어내자 거기에는 갤러헤드의 자리라고 명기되어 있었다.


(4) 원탁에 성배출현

성신강림(聖神降臨) 대축일 저녁  만과(晩課) 후<註:성무일과(聖務日
課)중 저녁에 드리는 예배를 만과(晩課)라고 함> 아서 왕과 기사들은
다시 원탁에 모여 앉았다.   그때 갑자기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리며
또한 한줄기 밝은 빛이 그 홀을 비추었다.  모두들 아무소리도 못 내
고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 누가 흰 비단에 덮인 성배를 들고 나타났는
데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볼 수가 없었다.  

주위에는 세상의 모든 향료가 모인 것처럼  향기를 내었고 식탁은 절
로 진수성찬으로 채워졌다.   모인 사람들이 가득 축복을  받은 것을
느끼자 성배는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 수 없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
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영광과 축복에 감사드리고
크게 기뻐하였다.  

기사들은 성배의 축복을 알고 있었고,  직접 성배를 보여주신 영광으
로, 잊을 수 없으며 또다시 성배를 찾아  그러한 축복이 있을 때까지
원탁에 모이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였다.  즉 성배를 찾아 떠나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다.

아서 왕은 원탁에 모이던  훌륭한 기사들이 떠나가는  것에 섭섭하여
만류하려고 하였지만 그들의 의지가 너무나  확고하였다.  다음날 모
든 기사들은 성배를 찾아서 모험을 떠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