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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삐율 (2002-03-24 05:53:36, Hit : 2690, Vote : 478
 ★★ 작업노트 3월 23일

요즘은 머리 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모델로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파르지팔은 지금까지 한 스무번은 들은 것 같다.
이제 들으면 머리 속에 그림이 쫘악 펼쳐진다.
그 동안 고민한 것들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대충 전체적 윤곽은 잡혀있고, 마음 같아서는 손이 한 10개 정도 있음 좋겠다.
머리 속의 그 많은 그림들을 두 손으로만 만들어 나갈라니 마음이 조급.
매번 파르지팔을 들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파르지팔은 정말 모든게 다 들어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하면 그 모든 걸 나는 다 만들어 보여야 한다.

<<하나의 원형 공간>>
일단 성배의 성과 클링소어의 성, 그리고 마법의 정원의 기본 구성이 해결되었다.
나는 하나의 원형 공간을 고안해 내었는데,
이 공간의 원형벽이 열리고, 반대로 열리고, 닫히고 하면서 장면전환이 된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열려있을 때는 하모니를 이루며 위로 향하는 가벼운 공간,
즉 성배의 성이 되고,
공간이 뒤집어지며 반대쪽이 열리면 하모니는 깨지며, 해체된 무거운 공간,
즉 클링소어의 성이 된다.
이 벽이 완전히 닫히면 그 곳은 마법의 정원인데,
공중에 거대한 연꽃이 아주 가볍게 떠 있고 벽은 아주 화려한 조명으로 비추어진다.

교수님과 드라마투르기 선생님께선 나의 이 고안에 대해 감탄해마지 않으셨다.
나는 이 하나의 형태를 고안해 냄으로써 모든 장면을 아주 쉽게 공간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처음의 나의 의도에도 아주 잘 부합하며, 나 역시 내 아이디어에 만족하고 있다.

<<드라마투르기 선생님과의 대화>>
드라마투르기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얘기를 나눈 건 지난 금요일이었다.

1. 절제! 절제!
나는 모든 것에서 최대한으로 절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는데도
선생님께서는 몇몇 장식적인 면들을 지적해 내셨다.
예를 들어 파르지팔의 갑옷같은 경우, 나는 15세기 경의 장식적인 검정색 갑옷을 디자인 하였는데,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에쎈바흐의 도 원래 훨씬 이전(10세기 이전이라 말씀하신 것 같다)이 배경이고,
따라서 갑옷도 중세의 것이 아닌, 훨씬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 아차 싶었다.
맞다. 모든 것은 시대를 초월한 형태여야한다. 아님 뭔가 아득한 그 때 같은, 아주 오랫적 얘기 같이.
그러려면 모든 것은 아주 단순해야한다.

2. 꽃의 여인들.
나의 꽃의 여인들의 머리는 울긋불긋 마친 커다란 꽃봉오리 같다.
그녀들이 몰려 있으면 그 머리들이 하나의 꽃밭을 이룬다.
그녀들은 나체에 속이 다 비치는 아주 얇은 천으로 만든 날개같은 옷을 입고 있다.
선생님이 내 스케치를 보시더니 암스테르담에서 있었던 파르지팔 공연 얘기를 해주셨다.
연출가는 꽃의 여인들의 역할을 맞은 가수들에게 제일 자연스럽고 편하고 자유로울 것을 요구하면서
다 벗든지, 반만 입든지, 주어진 천을 걸치든지, 자기가 제일 편한대로 맘대로 하고 등장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녀들은 무대에서 정말 자기가 제일 자연스럽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 한다.
꽃의 여인들, 그녀들은 스스로 말한다; 자기들은 이 곳에서 자란다고. (-마치 꽃처럼, 식물처럼 말이다)
그녀들은 하나 하나의 자연물이다.
하나의 體(체)이다.
따라서 나는 그 연출가의 의도를 아주 잘 이해할 수가 있다.
성악가의 목소리란 몸 안에서 끄집어 내어져 몸 밖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그녀들이 의상을 입고 노래를 할때 목소리는 그 안에 감춰지게 되지만
그녀들이 옷을 벗었을 때, 관객은 그녀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목소리가 생성하는 몸 자체와 그 분출 에너지를 경험하게 된다.
즉 體(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3. 장면전환음악.
드디어 숲에서 성배의 성으로 변화하는 문제의 해결책이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이 아이디어가 제일 맘에 든다:
나는 장면 전환에서 숲이 좌우로 사라지고 밑에서 뭔가가 떠오르며 등장하는 구도를 생각하면서,
이 아이디어에 마구 불만족 스러워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위로 사라질 수도 있지 않냐는 제안을 하셨다.
맞다!
숲이 아주 천천히, 정지하고 있는 듯이 천천히 위로 떠올라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숲의 나무를 표현하는 수직으로 세워질 것의 재료는 아주 무거운 것이 되어야 한다.
아주 <무거운> 재료가 아주 <가볍게> 위로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은 그 재료로 진짜 통나무를 생각하고 있다.
암튼 그것이 위로 사라지고 파르지팔이 구르네만츠와 성배의 성에 도착하면
성배의 성은 숲이 있던 무대 앞쪽으로 당겨진다.
(나는 미리 이 장치는 만들어 두었다: 바닥레일 설치)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간혹 머리속에서 생각한 것이 실제로 모델로 만들어 보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85번 글 좀 지워주세요
★★ 작업노트/무대 모형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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